클라이언트한테 작업 거절당했던 날, 나는 뭘 놓쳤나

 솔직히 이 편은 좀 쓰기 싫었다. 잘한 얘기, 신기한 도구 얘기 하는 건 재밌는데 못한 얘기는... 뭐랄까, 다시 꺼내는 것 자체가 좀 민망하달까.

근데 30편 시리즈 하면서 실패 얘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것만 나열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니까.

작년 가을쯤이었다. 여성 쇼핑몰 하나에서 상품 사진 200장 넘게 보정 작업을 맡겼는데, 물량이 워낙 많으니까 나도 모르게 어도비 라이트룸 프리셋이랑 자동 톤 보정 기능에 많이 의존했다. 클라이언트가 준 참고 이미지는 딱 세 장뿐이었고, 나머지는 "이런 느낌으로 쭉 부탁드려요"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첫 번째 실수였다.

어도비 라이트룸


컨펌이 세 번 튕긴 이유

1차 시안을 보냈는데 반려. 이유는 "너무 노랗다"였다. 내 기준으로는 따뜻한 톤이었는데 클라이언트 눈엔 그냥 누렇게 뜬 사진이었던 거다. 색온도를 낮춰서 2차를 보냈다. 또 반려. 이번엔 "너무 차갑다"였다.

여기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이 클라이언트 취향이 까다롭네"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취향이 아니라 소통 방식이었다. 참고 이미지 세 장 갖고 200장을 일괄 보정하겠다고 덤빈 내 판단이 애초에 안일했던 거다. 브랜드 룩북이나 기존 상세페이지 톤을 미리 뽑아서 비교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도구의 자동 기능만 믿었다.

3차 시안까지 반려되고 나서야 화상통화를 잡았다. 이때 처음으로 클라이언트가 실제 매장 조명, 원단 색감이 나온 참고 영상을 보여줬는데... 아, 이건 진짜 반성했다. 애초에 내가 먼저 요청했어야 하는 자료였다.

계약서에는 "3차 시안까지 무상 수정"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그 이상은 별도 협의였다. 다행히 클라이언트가 이해심이 있어서 4차까지는 봐줬지만, 신뢰는 이미 한 번 깨진 뒤였다. 다음 프로젝트 의뢰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되짚어보니

프리랜서 계약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걸 봤는데, 프리랜서 분쟁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지급 문제보다 애매한 기대치에서 시작된다는 조사가 있더라. 계약서 자체가 허술해서 벌어지는 오해가 4분의 1 정도 된다는 얘기였다. 내 기준으로 이건 딱 내 얘기였다. 계약서에 "톤앤매너 참고 자료 최소 5장 이상 제공"이라는 조항 하나만 있었어도 그 사달은 안 났을 거다.
  • 참고 이미지 3장으로 200장을 커버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지금이라면 최소 20~30장은 요청한다.
  • 자동 보정 기능은 편하지만 "일관성"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진 않는다. 이건 진짜 몸으로 배웠다.
  • 반려당했을 때 바로 화상통화를 잡았어야 했는데, 텍스트로 서너 번 핑퐁 하다가 시간만 날렸다. 감정이 상하기 전에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결국 빠르더라.
사실 이 프로젝트 말고도 거절당한 적이 몇 번 더 있다. 블로그 대행 초기에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SEO 잘 되는 글"과 내가 생각한 "잘 읽히는 글"이 달라서 통째로 다시 쓴 적도 있고. 크몽 계정 초창기엔 리뷰 하나에 상처받아서 며칠 일이 손에 안 잡힌 적도 있다. 이런 건 어디 가서 자랑하듯 말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 블로그는 어디까지나 내 실무 기록이니까 솔직하게 남겨두려고 한다.

요즘은 이렇게 한다

지금은 물량이 많은 리터칭 건은 무조건 사전 컬러 레퍼런스를 5장 이상 받고, 그것도 실제 매장 조명이나 원단 소재가 나온 사진으로 요청한다. 계약서에도 "수정 라운드"와 "참고 자료 제공 의무"를 명시해서 서로 애매한 기대를 안 하게끔 만들어 놨다.

AI 도구가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클라이언트의 눈과 내 눈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건 아니더라. 그건 여전히 사람이 물어보고, 확인하고, 가끔은 굴욕적으로 반려당하면서 배우는 영역인 것 같다. 이걸 못 써봐서 모른다고 하긴 좀 그렇고... 그냥 겪어봐서 아는 거다.

결론은 늘 같은 말이긴 하지만, 실패는 자랑할 건 아니어도 숨길 것도 아니더라. 이 글 쓰면서도 좀 민망했는데,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얘기 나눠보고 싶다. 나만 이런 거 아니라는 거 알아두시길.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I 마케팅 도구 활용기 ⑥ 영상 AI 도구, 힉스필드·씨댄스·드롭샷까지 써보고 정리

AI 마케팅 도구 활용기 ① — 다들 쓴다는데, 진짜 효과 있을까

AI 마케팅 도구 활용기 ② — 용도별로 골라 쓰는 AI 마케팅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