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케팅 도구 활용기 ① — 다들 쓴다는데, 진짜 효과 있을까
요즘 일하면서 부쩍 느끼는 게 있다. 클라이언트 미팅 들어가면 십중팔구 "AI로 좀 더 빨리 할 수 없냐"는 말이 나온다. 14년 넘게 이 일 하면서 도구는 계속 바뀌었지만, 이번 변화 속도는 좀 다르다.
실제로 마케터의 82%가 AI를 쓰고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다는 조사가 있다. 근데 흥미로운 건, 그중 정말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사람은 35%뿐이고, 나머지 47%는 그냥 "보통 수준"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AI 도구 쓴다고 누구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건 아니라는 얘기.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나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미드저니로 캐릭터 그리고, 캔바로 텍스트 박아넣고, 클링으로 영상 뽑는 작업을 직접 돌려보기 전까진. 예전엔 짧은 광고 영상 하나 만드는 데 컷 따고 자막 넣고 색감 보정까지 하루는 꼬박 걸렸는데, 지금은 같은 결과물을 반나절이면 끝낸다. 근데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손을 완전히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더라. 막상 해보니 결과물 퀄리티는 결국 내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방향을 잡아주느냐에 달려 있었다. AI가 다 해주는 게 아니라, 손이 빠른 조수 한 명 들어온 느낌이랄까. 프롬프트를 대충 던지면 결과도 대충 나오고, 레퍼런스 이미지나 톤을 정확히 짚어주면 그만큼 퀄리티가 올라간다.
업계 쪽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2026년 들어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마케팅 운영 전체를 받치는 기반 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카피 한 줄 뽑아주는 수준을 넘어서, 기획부터 소재 제작, 성과 분석까지 전 과정에 AI가 끼어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신뢰 문제도 여전히 따라다닌다. 생성형 AI 결과물을 사람 업무만큼 믿는다는 응답이 절반 정도(48.3%)였고, 그보다 덜 믿거나 전혀 믿지 않는다는 응답도 38.6%나 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가끔 그럴듯하게 틀린 정보를 만들어내거나(이른바 환각), 데이터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에 없는 할인율을 멋대로 적어 넣거나, 제품 특징을 부풀려 쓰는 식의 실수는 실제로 마케팅 현장에서 종종 나온다. 그래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발행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한 번 더 걸러내는 단계가 필수다.
그래도 방향성 자체는 명확하다. 기획이나 분석 단계뿐 아니라 콘텐츠 창작 도구로 생성형 AI를 쓰는 마케터들이 늘고 있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색감 보정이나 컷 편집처럼 사람 손을 한 번 거쳐야 진짜 쓸만한 소재가 나온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AI는 마케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고 다듬는 역할을 사람에게 맡기고 반복적이고 시간 잡아먹는 작업을 가져가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거창한 전망보다는, 실제로 업무에 써보면서 도움 됐던 도구들이 더 궁금할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시장 리서치, 텍스트, 비주얼, 영상 등 용도별로 어떤 도구를 어떻게 조합해서 쓰는지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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