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 콘테스트 출전기, 클링과 런웨이로 광고 한 편 만들어본 후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한 거였다. 클라이언트 영상 편집만 몇 년째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내 이름 걸고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올해 초에 2026 대한민국 AI 콘텐츠 페스티벌이라는 공모전을 알게 됐고, 광고 부문이 있길래 별 고민 없이 지원서를 냈다. 이 대회는 광고, 드라마·미드, 뮤직비디오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고 접수 기간이 2월 12일부터 5월 31일까지였는데, 나는 마감 3주 전에야 정신 차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건 진짜 반성했다.
기획은 간단했다. 내가 실제 클라이언트한테 제안했다가 예산 때문에 엎어졌던 스킨케어 브랜드 광고 콘셉트를 다시 꺼내서, 이번엔 예산 걱정 없이 AI로 끝까지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미드저니로 먼저 무드보드랑 캐릭터 레퍼런스 이미지를 30장 넘게 뽑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4~5장을 골라서 클링AI로 애니메이션을 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다. 런웨이는 장면 전환이랑 카메라 무빙 보정용으로 보조로 썼고.
근데 여기서부터 진짜 현실을 마주했다.
캐릭터 일관성이 계속 깨졌다.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클립마다 얼굴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손 모양은 말할 것도 없이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 기준으로는 열 번 돌리면 그나마 쓸 만한 게 한두 개 나오는 수준이었는데, 문제는 그 열 번이 다 크레딧이라는 거다. 크레딧은 소중하다. 이 말을 이렇게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었다. 하루는 밤새 렌더링만 돌리다가 결국 원하는 그림이 안 나와서 새벽 4시에 노트북 덮고 잔 적도 있다. 클라이언트 작업이었으면 진작에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틀었을 텐데, 이건 내 콘테스트니까 오기로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야 요령이 좀 붙었다. 프롬프트를 한 번에 길게 쓰지 않고 동작 하나, 표정 하나씩 쪼개서 짧게 지시하니까 훨씬 안정적으로 나오더라. 그리고 완벽한 8초짜리 클립 하나를 노리기보다, 짧게 여러 개 뽑아서 편집 단계에서 리듬을 만드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건 사실 영상 편집 일 하면서 몸으로 배운 감각이 그대로 먹힌 케이스였달까. AI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편집자의 감이 마지막에 승부를 가른다는 걸 다시 느꼈다.
최종 제출은 45초짜리 광고 영상으로 했다. 결과는, 대상이나 최우수상 이런 건 아니고 부문 가작 정도였다. 살짝 아쉽긴 했는데 뭐, 첫 도전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내 의견으로는 그렇게 정리했다. 심사평에서 "AI 활용도는 높지만 스토리 완결성이 아쉽다"는 코멘트를 받았는데, 이거 완전 정곡이었다. 기술 데모 보여주기에 급급해서 정작 15초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못 눌러 담았던 거다. 광고 카피 쓸 때는 그렇게 신경 쓰던 부분을 영상 만들 때는 왜 놓쳤을까 싶더라.
여튼 이번 경험에서 얻은 건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는 시간과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늘 "이 정도면 됐다" 선에서 타협하게 되는데, 콘테스트는 그 타협선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웠다. 어디까지 다듬어야 끝인지 판단하는 것도 실력이더라.
AI 영상 공모전 도전, 실제로 해보니 이런 게 남더라
- 크레딧 예산을 먼저 정하고 시작할 것. 나는 안 정했다가 마감 직전에 크레딧 떨어져서 급하게 충전했다. 이거 진짜 함정이다.
- 완벽한 롱테이크보다 짧은 클립을 여러 개 뽑아서 편집으로 승부 보는 게 지금 기술 수준에서는 더 현실적이다.
- 심사는 결국 스토리다. AI 퀄리티 자랑이 아니라 15초, 45초 안에 뭘 전달할지가 먼저라는 거, 이건 클라이언트 작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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